2021년 12월 31일 싱가포르 Paya Lebar 라는 지역에 머물고 있다. 한 해가 지나가기 전에 기록을 남기고 싶다.

나는 지금 왜 싱가포르에 있나?
굉장히 오래전부터 해외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것을 생각했었다. 아마도 2017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몇 가지 후보로 생각했던 나라들은 미국, 캐나다, 베를린, 런던, 바르셀로나 그리고 싱가포르였다. 이 나라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회사내에서는 주로 영어로만 일 할 수 있는 나라들이고 IT 기업들이 많이 몰려 있는 나라들이다.
미국은 비자 받는 길이 그 어떤 나라보다 어려워보였고 사실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자국에 잘하는 개발자 인재풀이 좋기 때문에 굳이 영어도 못하는 나를 뽑을까? 이런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이력서는 엄청 넣어봤는데 면접 기회는 단 한번도 오지 않았었다.
캐다다는 그래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아시아에서 엔지니어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 같았다.
베를린도 스타트업이 많고 면접도 여러번 봤었고 런던은 페이스북과 다른 스타트업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바르셀로나도 은근히 스타트업이 많은 나라인데 한 두번 정도 면접을 본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는 꽤 많은 기업들이 면접 기회를 줬었고 내가 느끼기에 베를린과 싱가포르는 나름(?) 엔지니어에게 영어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었던 것 같다.
어째뜬, 면접은 참 많이 봤었다. 나는 경력으로는 이제 시니어인데 한국에서의 시니어 엔지니어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도 시니어 엔지니어에게 기대하는 것은 비슷하다. 무슨 말이냐면 나에게 할당된 작업 외에도 다른 팀과의 커뮤니티 등등 개발 외적인 부분도 시니어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즉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개발 뿐만 아니라 영어도 잘해야 시니어 엔지니어로 채용된다. 아무리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 하더라도 경력 다 버리고 주니어 개발자로는 갈 수 없으니 말이다.
난 영어를 못하고 지금도 못한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 싱가포르의 한 회사에서 나를 시니어 엔지니어로 합격시켜줬다. 그때 든 생각은 지금 이 오퍼를 수락하지 않으면 내가 당장 영어 실력이 엄청 늘지 않는 이상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오퍼를 수락하고 싱가포르 회사에서 하루종일 동료들과 오직 영어로만 일을 하게 된다면 당장은 영어가 엉망일지라도 1년, 2년 일하다보면 영어 실력이 많이 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30대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40대가 된 후에는 그냥 마치 “한때는 내가 외국에서 일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 정도로 미련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당연히 아내도 휴직이 될 줄 알았다.
싱가포르에서의 생활
사실 지금 시점에선 그닥 생활이 어떤지에 대해서 쓸수있을 만큼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쓸 내용이 없다. 다만 날씨와 집 구하기와 세금에 대해서는 아주 조금 쓸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날씨는 1년 내내 똑같다고 한다. 지금 12월인데도 낮에는 30도가 넘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기세가 한국에 비하면 저렴해서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놓고 사는 사람들이 많고 해가 지면 선선하고 좋다.
집은 일반적으로 HDB(한국으로 치면 LH 공사에서 지은 아파트), 콘도 (사기업이 지은 아파트, 예를 들면 e편한 세상?) 두가지 형태에 많이 산다.
외국인들은 보통 콘도에서 많이 사는데 그 이유는 싱가포르 정부에서 신축 HDB는 오직 싱가포르 자국민 혹은 영주권자만 살 수 있고 10년이 지난 오래된 HDB부터 외국인이 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외국인이 살 수 있는 HDB는 최소 10년 이상된 오래된 아파트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신축으로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콘도를 선호하게 되는데 가격은 물론 HDB보다 비싸다.
월세도 콘도의 경우 방 2개 기준으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돈으로 거의 최소 230만원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세금의 경우 한국보다 적게낸다. 내가 알기로 아무리 고소득이라도 세금은 22%가 최대치로 알고있다.
2021년을 돌아보며
첫 오퍼를 받고 기분이 좋았지만 막상 한국의 좋은(?) 조건의 오퍼를 뒤로한채 싱가포르행을 선택하는데는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아내와 함께 2022년은 싱가포르에서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특별한 추억을 쌓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런데 휴직은 우리가 생각한 것 처럼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난 이부분이 정말 너무 이해가 안되고 아직도 이해가 안되고 솔직히 화가 난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가 뭔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없다. 누군가는 같은 조건에서 휴직을 시켜주고 누구는 안시켜주고 이런 부분들이 참 이해가 안된다.
어째뜬 비자승인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급하게 싱가포르에 들어와서 잠시 혼자 지내고 있다. 여행으로 싱가포르에 와봤지만 여기서 경쟁해서 살아남을 생각을 해보니 어깨가 약간 무겁다. 기왕 온김에 지금 싱가포르 회사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영어도 아주 유창해져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2022년 소망
가족 모두 건강하고 정신적 스트레스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내가 휴직이 되서 싱가포르에서 잘 정착해서 지내는 것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나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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